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대체 왜 제목에 점 세 개가 들어가 있는 건지 이야기를 읽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브람스에 대한 레퍼런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다가, 바로 그 대목을 마주치고 나면 무릎을 탁 치면서 그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짚어낸 사강의 그 지극히도 예민한 감성에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어느 정도 불란서 국민 정서인 복잡미묘한 연애 마인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 예컨대 프랑수아 트뤼포의 대표작인 «쥴 앤 짐» 같은 영화를 보고 도무지 저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항복 선언을 해버렸다든지 -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든지, 명확하지 않은 인간 관계에 대해 지저분하다든지 또는 죄다 쿨몽둥이로 찜질을 해줘야 한다든지 하는 다소 깊이 없는 촌평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 같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자이자 도저히 스스로를 연애 감정에서 해방시킬 명목을 찾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기가 막히게 훌륭한 이야기이고 혹시라도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두 사람이 필수적으로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스터디의 대상이라는 극찬을 내리고 싶다.

향후 몇 년간은 프랑수아즈 사강을 무척 빨아제끼게 될 운명이다.

인도로 올라서다가 발목을 겹질린 그는, 즉각 순순히 체념한 듯한 태도로 절뚝이며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나가자 여자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저렇게 젊고 저렇게 잘생겼는데 다리를 절다니. 정말 아깝군.’ 하는 그들의 생각이 자신의 등을 후려치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외모에 여전히 아무 확신도 갖지 못했지만 그는 한시름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추한 얼굴이 주는 힘 같은 건 가질 수 없겠군.’ 그러면서 그는 때로는 저주받은 화가로, 때로는 습지를 떠도는 양치기로 살아가는 고행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폴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낸 날 시몽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몸에 몸을 붙이고, 그녀의 허리에 살짝 잡힌 주름 위에 한쪽 손을 올려놓고, 그녀의 고른 숨소리에 자신의 숨소리를 맞추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자는 체하려면 애정이 지나치든가 권태가 지나치든가 해야겠군.’ 하고 그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제까지 권태가 지나친 쪽의 경험만을 해 온 그는 잠든 폴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바친 숫처녀에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심스럽고 감동되어 각자 자고 있는 체하며 상대가 깰까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맞대고 서로를 지켜보며 밤을 지샜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 밖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재빨리 차를 출발시켰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와이퍼를 작동시켰고 그런 행동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처럼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을 것 같아?”

“전남편 마르크와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는 친절했고, 요컨대 무척 사교적이었어. 몹시 부자였고……. 잘해 보려 했지만…….”

힘들고 모욕적이고 복잡한 세계에 몸담고 있던 그때, 그 결정 하나로 어떻게 자신의 삶이 갑자기 일하는 여성의 생활로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절차, 물질적인 어려움, 미소, 침묵 같은 것들에 대해 그녀는 그에게 설명하려 애썼다. 시몽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런 추억 속에서 사랑과 연관이 있는 것을 가려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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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