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전개 과정 속에서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오로지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끔 만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그야말로 모래에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몰입도가 강했다는 방증이겠다. 흡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을 보고나서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시간은 뱀의 뱃살처럼, 깊은 주름을 그리며 몇 겹으로 접혀 있었다. 그 하나 하나에 들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구나 그 주름 하나마다, 모든 형태의 의혹이 제각각의 무기를 숨기고 있다. 그 의혹과 논쟁하고 묵살하고 또는 돌파하여 나아가려면 어지간한 노력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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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