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발견, 박상훈


서울시당에서 주최하는 정치 스터디 클럽에서 처음 교재로 삼은 책으로 간과하고 지나가기 쉬운,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정당의 역할과 그 중요성,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철저하게 정당주의자의 관점에서 개괄적으로 다뤘다. 말했듯이 내실 있는 이론서라기보다는 개론서이면서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에 정당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부담이 없고 좋다.

정치에서 정당들은 시민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 비용을 최적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앤서니 다운스가 멋지게 설명했듯이) 정당들은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갖게 마련인 확신의 딜레마를 해결해 주는 합리적 지름길을 제시해 준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과도한 정보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당들이 적절한 정보 처리 과정을 조직화해 주지 않아서 시민 스스로 상황과 대안을 따져 보고 분석해서 판단해야 한다면 당연히 시간과 정보 능력, 지식 능력이 큰 계층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당정치의 역할이 없다면 정보처리 능력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층과 교육받은 중산층 편향적인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갈등은 없애거나 극복될 수 없다. 단지 줄이고 완화하고 절약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갈등을 공존 가능한 ‘이견’으로 다루게 될 때 민주주의의 내용은 풍부해진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도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이 또한 불합리한 일이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집단을 만드는 것인데, 그걸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면 기성 질서의 수혜자들만 살아남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든 정치단체를 만들고 공직 후보를 출마시키면 정당이 되는 것이며, 달리 더 필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자기들 맘대로 해도 되나?’ 아마 지금의 정당법을 지키려는 우리의 법률가라면, 특히 헌법 재판관들이라면, 그렇게 물을지 모르겠다. 그들을 실망시키겠지만, 그렇게 시민들 맘대로 하면 된다. 조직적 사익을 추구해도 되고, 공천을 민주적으로 하든 말든 그들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된다. 다만 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고 당선되고 당의 세를 늘려 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동료 시민들이 결정한다.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권리이고, 이것이 정당이고 민주주의다. 뭐가 더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현대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국가 형성 과정에서 중심-주변의 갈등, 종교적 갈등, 도-농 갈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해소 내지 완화된 반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 내는 갈등과 균열은 점점 더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략) 정당정치가 지속되는 한 가장 강력한 분화는 빈부 격차의 문제를 둘러싼 보수정당과 진보 정당 사이의 갈등일 것이고, 이는 우리의 경험에서도 분명하다.

첫째는 진보 정당의 경쟁력(득표율과 집권 기회를 기준으로 볼 때)이 강한 나라일수록, 둘째는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교섭 능력이 강한 나라일수록 통계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 말한다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이념적, 계층적 범위가 충분히 넓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관심과 이익이 평등하게 고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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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