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요즘 시인들 시는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그래도 이런 구절은 좋다. 적어둔다.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_김경주, <비정성시>"

같은 시 중에서 또 한 구절.

“내가 살았던 시간은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밀주였다/나는 그 시간의 이름으로 쉽게 취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서로 어떻게 알아듣고 저렇게들 대화를 하시죠?”

한두 번 받은 질문이 아니었는지 사회복지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술 취한 사람들도 자기들끼리는 즐거워하잖아요. 대화를 즐기는 데 꼭 지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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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책을 한 권 쓰셨다. 지금의 제법 멋드러진 주택이 들어서기 이전, 남양주 수동의 작은 땅에서 보낸 시간을 담아낸 책이다. 지난 주부터 짬을 내어 책을 읽었다. 2010 년 봄부터 2013 년 겨울까지의 이야기였다. 유럽 여행을 다녀와 용산에서 카투사로 복무하고, 전역 후 복학 준비를 하고 나름 성공적인 한 학기를 보내기까지의 기간이다. 당시의 나는 여러모로 모가 나고 굴곡이 심한 사람이었다. 잠깐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나의 언행 때문에 한숨이 나오는 기억이 한둘이 아니다. 당연히 부모와의 마찰도 심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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