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먼지, 에벌린 워


아직 그 누구도 그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문알못의 관점에서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면 약간의 레퍼런스 부심을 발휘하며 “영국판 《위대한 개츠비》?”라고 말할 계획이다. 짧지 않은 분량에다가 평면적이고 클리셰가 다분한 인물들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는 한량스러운 이들 특유의 정서를 아주 적확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풍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히 유효한 이야기지만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의 서술이 풍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기저가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며 그런 면에서 그네들의 덧없는 인생관을 면밀하게 재현해냈다고 본다.

“그래요? 참 아쉽네요. 당신이랑 내가 다른 점은요, 끔찍한 사람을 만나면 당신은 도망가서 숨어 버리지만 나는 즐긴다는 거예요. 나는 그 사람의 환심을 사고,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게다가 비버는 그렇게 형편없지도 않아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랑 비슷하다고요.”

“나랑은 비슷하지 않아.”

근 한 달 동안 그는 질서가 갑자기 실종돼 버린 세계에서 살아왔다. 모든 사물의 합리적이고 훌륭한 본질이, 그가 경험이나 교육을 통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이, 화장대 위 어딘가에 잘못 놓인 하찮고 눈에 안 띄는 물건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난다 해도, 어떤 새롭고 기이한 사건을 목격한다 해도, 그것은 지금 그의 귓가에서 새된 소리를 내고 있는 총체적 혼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정말이지 나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장면이 등장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부분.

“여보, 기분은 좀 어때요?”

“최악이야. 어제 완전히 취했거든.”

“그랬죠.”

“죄책감도 드는군.”

“그렇겠죠.”

“어제 일이 전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아. 하지만 조크와 내가 당신을 좀 귀찮게 했다는 느낌은 드는군.”

“그랬어요.”

“당신 화났어?”

“글쎄, 어젯밤엔 그랬죠. 토니, 다 큰 어른들이 대체 왜 그랬어요?”

“우리 둘 다 우울했어.”

“오늘 아침엔 더 울적하겠네요……. 좀 아까 조크가 하얀 장미 한 상자를 보냈어요.”

“내가 그 생각을 했더라면 좋았을걸.”

“당신들 둘 다 어린애 같아요.”

“당신 정말 화 안 났어?”

“화 안 났어요, 여보. 그러니까 당신은 곧장 헤턴으로 돌아가세요. 내일이면 다시 기분이 괜찮아질 거예요.”

“그럼 당신 얼굴도 못 보는 거야?”

“오늘은 안 되겠어요. 오전 내내 강의를 들어야 하고 점심 약속도 있거든요.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에는 집에 갈게요.”

“알겠소. 점심 약속을 취소하거나 강의를 빠질 순 없단 말이지?”

“그래요, 여보.”

“알았어. 어젯밤 일은 너그럽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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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