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이종필


대학교에 가서 일반 물리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라면(교과 과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일반 물리 II를 들었어야 한다.) 이 책의 겉표지에 써 있는 “전 국민 아인슈타인 만들기 레알 프로젝트”라느니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 함께 풀어보시겠습니까?” 따위의 이야기가 얼마나 과장되고 허황된 것인지 대번에 알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이라면 – “일반”물리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만 –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그냥 깊은 사고 과정 없이 죽죽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이 상대성이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바는 거의 1도 없을 것이다.

고교 수학, 물리 또는 대학교 수학이나 물리 과정을 수강했던 사람이라면 딱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지점까지 책의 내용을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뒤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없다”라고 단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혹시라도 그렇지 않을 극소수의 천재파 인간들을 고려해 “없을 것이다”라고 돌려 표현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종필 교수의 아래와 같은 견해다. 이런 것 말고는,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당신이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없다. 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등학교 수학의 미적분이다. 제도가 바뀌면서 학생들은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도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물론 난센스다. 그 결과 대학에서는 저학력의 신입생들이 넘쳐났다며 아우성이었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고교 수준의 미적분 기본도 안 돼 있는 학생들 때문에 대학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서 그런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서 특별히 교재도 만들었고, 덕분에 우리 수학아카데미가 아주 훌륭한 강의교재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정부에서 정말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했다면, 꼭 필요한 단원을 덜어낼 것이 아니라, 시험을 쉽게 내면 된다. 예컨대 이공계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부분적분의 기술을 가르쳐야만 한다. 하지만 기본만 알면 된다. 경시대회 수준의 문제는 전체적인 공교육엥서는 전혀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전체적으로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아래의 인용문은 뭐랄까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시절의 나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 있어서 왠지 반가운 마음에 옮겨보았다. 대입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 II를 선택했던 나는 그 과목이 나의 적성과 맞는다는 착각하에 막연하게나마 대학교에 가게 되면 화학 관련된 전공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1학년 1학기에 맞닥뜨린 일반화학은 도저히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고 나는 미련없이 화학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입시에서 화학-생물을 선택한 결과 일반화학은 잘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화학은 도무지 내 적성과는 너무나 맞지 않아서 고3 때도 입시에만 맞춘 문제풀이 연습에만 치중했던 탓에 대학에서 배운 일반화학은 전혀 낯선 과목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새로운 흥미가 생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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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