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초기 작품들을 봤을 때는 미 동부의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인간의 태생적 숙명과 종교적 굴레, 미신과 네이티브 어메리칸 등의 소재가 한데 뒤섞인 풍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기의 작품으로 갈수록 사회와 풍자, 기계 문명과 과학 등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뒤에 옮긴이의 평을 읽어보니 이 모든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궤로 묶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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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그러니까 재미없는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무난한 교양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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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향후 몇 년간은 프랑수아즈 사강을 무척 빨아제끼게 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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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러시아 작가들의 매력은, 우리에게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지만 그네들의 세계에서는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을 읽어갈수록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안톤 체호프는 당연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름도 모르는 한 사내에 불과했겠으나 소위 러시아의 대문호라고 불리는 톨스토이가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고 칭했던 사람으로서 세계 최고 같은 진부한 표현에 몸서리를 치는 나 같은 사람일지라도 한 번 작품을 읽고 나면 그 문구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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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자유주의자이자 전직 정치인인 유시민의 정치적 관점을 전업작가 유시민의 유려한 필체로 써내려간 책이다. 유시민의 책은, 다시 말해 글은, 거의 처음으로 읽어보는데 왜들 그렇게 이 사람 책을 사서 보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문장이 깔끔하다. 초반에는 현존하는 여러가지 입장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하는 듯하다가 후반부로 빠질수록 노골적으로 본인의 견지를 드러내며 독자들의 의식적 흐름을 본인의 입맛대로 끌고가려고 하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읽다가도 논조의 차이 때문에 약간 어색함을 느낄 수는 있겠다. 평소 유시민을 "좋아한다"거나 "존경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이 사람이 무슨 생각들을 거쳐와서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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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전개 과정 속에서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오로지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끔 만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그야말로 모래에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몰입도가 강했다는 방증이겠다. 흡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을 보고나서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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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알랭 로브그리예

악명 높은 첫 문단을 넘기고 나면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물론 이는 화자의 서술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철저히 배제한 채, 분위기와 문체, 흐름의 변화만을 대략적으로 인지해가며 글자를 눈으로 짚는 수준으로 읽을 때 가능한 말이다. 실제로 로브그리예의 서술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겠다면 최소한 작도를 할 수 있는 눈금 없는 자와 콤파스, 환경이 받쳐준다면 3D MAX 같은 빛과 그림자를 입체 공간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반쯤은 진지한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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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2, 가르시아 마르케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이 소설이 인생의 그것이 되기에 아주 약간 모자라게 된 결정적인 요소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 짧지 않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를 지고지순한 사랑과 소위 낭만 지상주의의 로맨스로만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가의 고약한 의도다. 역자가 평에서도 밝혔듯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물론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밝히는 "사랑"이 제재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이 - 그냥 생각나는 것들만 나열해보면 형식으로서의 결혼,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여러 사회 계층간의 대립과 통합, 이념의 갈등, 사회 제도의 발전과 정비, 전쟁, 노인의 연애, 남녀의 성 역할 등 - 한데 버무려져 있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그런 여러 소주제들 역시 중심 주제 못지 않게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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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1,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의 구성, 전개, 표현, 인물, 배경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빠지는 것 없이 훌륭한 소설은(+번역까지 나쁘지 않다.) 아주 오랜만에 읽어보는 바, 아마도 이 소설은 내 인생의 그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점은 (밋밋한 정서를 가진 한남의 입장에서) 감성의 세계에 대단히 빠져 사는 등장인물들과 사뭇 대조되는 담담한 서술체다. 저 둘의 오묘한 조화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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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발견, 박상훈

서울시당에서 주최하는 정치 스터디 클럽에서 처음 교재로 삼은 책으로 간과하고 지나가기 쉬운,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정당의 역할과 그 중요성,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철저하게 정당주의자의 관점에서 개괄적으로 다뤘다. 말했듯이 내실 있는 이론서라기보다는 개론서이면서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에 정당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부담이 없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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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3권, 강준만

뉴욕에서 이동하는 동안 심심하면 읽어보라고 친구 Y가 던져준 책인데 솔찬히 재밌게 잘 읽힌다. 여담이지만 혼자 뉴욕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책 한 권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걸 강려크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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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킨 선집, 알렉산드르 푸슈킨

훌륭한 문학을 감상한 것 외에 러시아 역사에서 보리스 고두노프라는 인물과 관련된 일화를 알게 된 것은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역사 덕후가 아니더라도 저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내용 정도는 재미 삼아서라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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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윌리엄 포크너

묘하게 엔딩이 주는 안정감이 감정선을 딱 잡아주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라든지 아니면 끊임없이 단조감수 함수로 모두가 망해가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사디즘의 최고의 예"와 같은 수식어에 크게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은근히 뒤죽박죽인 서술 방식, 의식의 흐름에 충실한 내면 표현(물론 모든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등을 고려하더라도 몰입도가 높고 감정 이입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잘 쓰인 소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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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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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먼지, 에벌린 워

아직 그 누구도 그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문알못의 관점에서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면 약간의 레퍼런스 부심을 발휘하며 "영국판 《위대한 개츠비》?"라고 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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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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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 고골

실패가 없는 고골의 균형 감각이 잘 잡힌, 무겁지 않고 간결한 풍자 희극으로 주제의 모티브를 푸시킨이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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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소설을 다 읽고는 영화도 감상을 했는데, 영화를 보기 전만 하더라도 《더 폴》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나 여러모로 나의 기대가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차라리 2D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1 티스푼만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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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스탈린 정권하의 소련의, 이른바 '집단화'와 '산업화'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낸 소설로 독특한 성격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독특한 서술 방식이 돋보이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번역된 텍스트로 읽기에는 아무래도 원전의 느낌을 온전히 받기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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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큰 아이가 커서 더 잘 번댄다

0.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짚어보면 본인이 10살에 교과과정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책이 10권 이상 있었던 사내들의 일생 수입(lifetime earning)이 평균보다 더 높다는, 유럽 남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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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2016년에 읽어서야 도저히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캐주얼한 이야기들의 모음이지만 마지막 인용구에 적혀 있듯 이런 식의 담론은 2000년대 이전부터 발전,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다만 한없이 부족한 우리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주의 환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국제적인 견지에서의 환경과 전쟁, 경제에 대한 비슷한 입문서, 또는 주의 환기용 모티프가 필요하다면 촘스키의 책 – 이라고 쓰고 촘스키의 말을 정리한 책이라고 읽는다 – 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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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이종필

물론 이 책은 그냥 깊은 사고 과정 없이 죽죽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이 상대성이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바는 거의 1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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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이원재

책 소개보다는 저자 때문에 사서 본 책. 제목만 놓고 보자면 세대론 자체에 집중할 것 같은 책이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을 가볍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제인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학"이 책의 주제를 더 잘 담아내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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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비우고 아무런 생각없이 청산유수처럼 읽어내려갔던 책. 생각이 없었던 것은 그저 피상적인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 나만의 사고를 할 수가 없었던 탓인데 작품 해설을 보고 나서 저것이 나의 사고력이나 상상력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주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도무지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부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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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케치, 도리스 레싱

역시나 단편이 주는 특유의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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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놀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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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르 클레지오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내 방식대로 간추린 흔적을 내 페이스북 포스트에 내가 직접 단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이 핵노잼인 책 오늘은 꼭 다 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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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서머싯 몸

정말이지 책 제목에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아서인지, 제목이 눈에 들어왔더라도 워낙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책의 내용이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열연한 영화 <<페인티드 베일>>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이 영화의 원작인가 싶어서 잠시 읽기를 멈추고 책 표지를 봤는데 아뿔싸, 인생의 베일이라고 번역된 책의 원제가 "The Painted Veil"인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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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5th Issue : dyeing message

지엽적인 패션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산업 구조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내가 이 업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된 이야기였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좋은 거 좋은 가격에, 그런 좋은 것을 만드는 사람도 좋은 대우를 받게 하는 소비를 하고 싶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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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고골

웃음은 고골 문학의 창조적 힘이며 비밀이다. (중략) 그의 소설은 웃음을 떠나 말할 수 없고, 모든 것은 희극적 전망으로 재구성된다. 고골의 웃음은 그것이 유발되는 희극적 상황에서만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비극적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리에서도 웃음은 여전히 유지되며 더 빛을 발한다. 그의 작품에선 언제나 불안과 고뇌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비관적 전망에도 고골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웃음은 영혼 그 자체, 그의 영혼의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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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스트리트, V. S. 나이폴

나는 비교적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문단을 읽고 이 나이폴이라는 작자가 한때는(또는 그 뒤로 당분간, 또는 그 뒤로 평생) 대단한 술꾼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1번 술을 좋아하고, 2번 그러면서도 술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일종의 그들만의 공감대다. 이렇게 한때는(또는 그 뒤로 당분간, 또는 그 뒤로 평생) 대단한 술꾼이었던 사람이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전적 픽션”을 썼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그렇다. 그것은 200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이폴의 <<미겔 스트리트>>가 모두가 망해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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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킨 이야기, 알렉산드르 푸시킨

<<스페이드 여왕>>도 재밌는 단편이지만 대중적으로 권하기에는 “역시” <<벨킨 이야기>>의 잽싸게 치고 빠지는 단편들이 제격이다. 단 한 편도 빠짐없이 문장이 유려하면서도 시종일관 적정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비극도 희극도, 몽환적인 픽션도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그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든 훌륭하다. 이런 극찬이 다소 지나칠 수 있겠지만 훌륭한 번역이 곁들여졌기에 나의 이 칭찬들은 높은 확률로 유효하다. 내가 지금 꼬냑 몇 잔을 먹고 취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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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의 인상 깊은 글귀들

세심한 필자라면 쓰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어떤 단어를 써서 그것을 표현할 것인가? 어떤 이미지나 숙어를 쓰면 뜻이 더 분명해지는가? 이 이미지는 효과를 낼 만큼 참신한가? 그리고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더 질문할 것이다. 문장을 좀더 짧게 쓸 수는 없는가? 꼴사나운 부분 중에 고칠 수 있는 데는 없는가? 하지만 그런 수고를 굳이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어 이미 만들어진 어구들이 마구 밀려들도록 놓아두기만 하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관용구들이 대신 문장을 만들어줄 것이며(어느 정도는 대신 생각을 해주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필자의 의도를 필자 자신에게까지 어느 정도 숨기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할 것이다. 정치와 언어의 타락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뚜렷해지는 건 바로 이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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