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결 블로그 ✍️ 💻 📷 🍻

우리 시대의 영웅, 미하일 레르몬토프

근대 러시아 소설은 실망을 시킬 때가 별로 없다는 추세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그러는 동안에 차를다 마셨다. 오래전에 마구를 씌워 놓은 말들이 눈 속에서 떨고 있었다. 달은 서쪽에서 어슴푸레 빛났으며, 먼 산봉우리에 찢어진 커튼 자락처럼 걸려 있는 검은 구름 속으로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두막을 나섰다. 길동무의 예상과 달리 날이 개어서, 고요한 아침이 올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먼 지평선에서는 절묘한 무늬로 뒤엉켜 있던 별들의 춤이 차례로 하나씩 끝나 가면서 새벽의 파리한 잔영이 진보랏빛 하늘 위에 넘쳐 났고, 순결한 눈으로 덮인 산의 가파른 경사면이 점점 밝아졌다. 좌우에서는 음울하고도 신비로운 낭떠러지의 밑 부분이 검게 물들어 갔고, 그곳으로 뱀처럼 빙글빙글 말아 올라 휙마는 모양의 안개가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가까운 절벽의 주름을 따라 기어 내려갔다. 마치 아침이 가까워진 것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밤이슬과 산바람이 타들어 가는 듯한 머리를 식혀 놓을 즈음에, 평상시처럼 놀리적인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라진 행복을 좇는 것은 무익하고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내게 무엇이 더 필요한가? 그녀를 보는 것? 왜? 우리 사이의 모든 일은 끝난 것이 아니었나? 어떤 고통스러운 작별의 입맞춤도 내 기억들을 부풀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뒤에는 헤어지는 것만 더 힘들어질 뿐이다.